자문
심준섭변호사
의뢰
2024-12-09
111
0
[법무법인 심] 물가변동배제특약관련 판례 동향



1. 서설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공사의 공사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하였다. 2023년 이후 건설공사비지수의 상승률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그동안 폭등한 공사비를 수급인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왔으며, 물가폭등기의 손실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의 분쟁 사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2023년에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시행지침」이 개정되어 민간참여자가 급격한 물가변동 등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사업비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고,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도 개정되어 물가변동 조정방법(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과 조정절차 및 방법 등이 구체화되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일전에 대법원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공공계약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7.12.21. 선고 201274076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기존 판례라고 한다), 최근 해당 특약의 효력을 무효로 판단한 판결(부산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350434 판결, 이하 '최근 판결')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것이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는 두 판결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비교 분석하고,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고자 한다.

 

2. 기존 판례 - 대법원 2017.12.21. 선고 201274076 판결


. 사실 관계

[도급계약 체결(2007)]

주택공사A(도급인) – 주식회사B, 주식회사C(수급인)

[계약 조건]

구매 자재 금액은 계약기간 중의 물가변동을 고려한 금액으로서 물가 조정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필요하지 아니한 고정불변금액이다.

[금융위기 발발(2008)]

주식회사B, 주식회사C - 도급계약의 계약금액 조정 요청 

주택공사A – 계약 조건을 근거로 해당 요청 거절

[부당이득반환 제기]

주식회사B, 주식회사 C (원고들)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주택공사A (피고)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환율변동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금원 상당의 이득을 얻었으므로 이를 원고들에게 반환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관련 법리]

국가를 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고 한다) 19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공사·제조·용역 기타 국고의 부담이 되는 계약을 체결한 다음 물가의 변동, 설계변경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계약금액을 조정한다.


 

. 대법원 판결 요약 

 

1) 국가 또는 공기업(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私法)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고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한다.

 

2) 국가계약법 규정은 국가 등이 사인과의 계약관계를 공정하고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데에 그칠 뿐이고,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다.

 

. 대법원 판결 원고 청구 기각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물가의 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규정이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3. 최근 판결 - 부산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350434 판결

 

. 사실관계



[도급계약 체결(2020)]

종교시설A(도급인) – 주식회사B (수급인)

[특약 사항]

계약체결 후 견적 착오, 물가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 설계변경 또는 해약 요구할 수 없다(계약내역 외 추가부분은 제외.)

[착공지연(2020)]

공사장 인근에서 지자체가 ‘F건설공사를 시행함에 따라 2년 가량 착공이 지연됨.

종교시설 A – 착공이 늦어짐에 따라 선급금보증기간 연장 요청

주식회사 B – 철강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하였으므로 계약금액 증액 요청

[현행과 달리 당시 건설산업기본법은 수급인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발주자의 공사대금지급보증이 필요하였음.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발주자의 공사대금지급보증을 의무화하고 있음.]

종교시설 A – 주식회사 B가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을 귀책사유로 삼아 해제를 주장함.  

[원상회복청구권 제기]

종교시설A(원고) 원상회복청구권(선급금반환) 주식공사B(피고)

이 사건 도급계약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적법하게 해제되었는 바,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원고에게 선급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

1.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 고등법원 판결 요약

 

1) 이 사건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에서는 물가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이 일정한 경우 도급금액 증액 금지 약정을 무효로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저히 불공정한 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다.

 

2) 한편 이 사건 도급계약에 첨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은계약체결 후 60일 이상 경과한 경우에 잔여공사에 대하여 산출내역서에 포함되어 있는 품목 또는 비목의 가격 등의 변동으로 인한 등락액이 잔여공사에 해당하는 계약금액의 100분의 5이상인 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도급금액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를 특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도급계약 특약사항 제5호의 물가상승 등으로 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는 부분 중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 제20조 제1항에 반하는 부분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3) ‘F건설공사가 예상보다 늦게 진척되자, 원고는 2021. 4.경 피고에게 이 사건 공사의 착공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였고, 피고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추어지는 사이에 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하였는데, 수급인인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원고측 사정으로 착공이 연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을 도급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이러한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은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수급인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 고등법원 판결 원고 청구 기각

 

4. 두 판결의 비교 분석

 

두 판결의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대법원 판결은 국가나 공기업이 당사자인 공공계약에서 연평균 3% 수준의 통상적 물가상승이 있었던 사안이었다. 반면 2023년 부산고등법원 판결은 민간건설공사 도급계약에서 발주자 측의 사정으로 8개월 이상 착공이 지연되고 그 기간 동안 원자재 가격이 2배 가량 급등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법적 근거 측면에서도, 2017년 대법원 판결은 국가계약법 제19조의 해석을 중심으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강조하며 계약담당자의 재량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2023년 부산고등법원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의 강행규정성을 인정하고 현저한 불공정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 일반조건의 해석 기준까지 함께 고려하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5. 그 외 참고할 수 있는 하급심 판결례

 

최근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다투어진 두 건의 하급심 판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21. 선고 2021가합539204, 2023가합6533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도급계약의 일반조건에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은 없다'고 명시하되 '자재가격의 폭등, 자재수급난 등으로 인하여 공사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계약시 견적가의 2배 이상)의 물가변동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둔 사안을 다루었다.

법원은 이러한 단서조항이 수급인의 이익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보아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따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법원은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고려할 때 발주자가 수급인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수급인에게 현저히 부당한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보았다.

 

대구고등법원 2022. 11. 24. 선고 202126674 판결

대구고등법원은 입찰 단계에서부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하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수급인도 이를 인식한 채 공사비를 산정하여 입찰에 참여한 사안을 다루었다.

법원은 계약 체결의 경위와 과정, 수급인의 회사 규모와 시공 경험 등을 고려할 때 발주자가 수급인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입찰안내서나 원고의 질의에 대한 피고의 답변 등에 비추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여부에 대한 규정인 공사계약일반조건은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하급심 판결들은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계약 체결 과정에서 물가변동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있었는지, ② 수급인이 이를 감안하여 입찰에 참여하였는지, ③ 급격한 물가변동에 대비한 보완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④ 당사자의 협상력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부산고등법원 2023년 판결과 함께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 판단에 관한 실무상 기준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6. 향후 물가변동 배제특약 효력 판단의 가이드라인

 

향후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는 계약의 유형과 물가변동의 정도, 귀책사유 및 위험부담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공공계약의 경우에는 사적 자치 원칙과 공익적 목적의 조화가 필요하며, 민간계약의 경우에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강행규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가변동의 정도와 관련하여서는, 3% 내외의 통상적 수준의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배제특약의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50% 이상의 급격한 상승이 있는 경우에는 특약의 효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발주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지연 상황에서는 수급인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며, 당사자의 위험회피 가능성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구체적인 판단에 있어서는 계약체결 당시의 예측가능성, 이행지연의 원인, 계약 전체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 간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물가변동이 통상적인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지, 당사자들의 전문성과 정보접근성은 어떠했는지, 지연의 귀책사유는 어디에 있는지, 수급인의 손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무적으로는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착공 지연 및 공사 중단에 따른 책임 소재, 물가변동 위험 분담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급격한 물가변동 시의 조정 메커니즘을 마련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이행 단계에서는 물가변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이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협의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물가변동의 객관적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귀책사유 및 손실 정도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건설공사 도급계약에서 당사자 간 위험분배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예측하기 어려운 급격한 물가변동 위험을 일방 당사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는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법무법인 심 심준섭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석사 졸업


서울변호사협회 건설부동산 연수 수료




現) 법무법인 심 파트너변호사


前) 법무법인(유한) 바른 소속변호사


前) 법무법인 퍼스트 소속변호사






법무법인 심 신가연 변호사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석사 졸업


現) 법무법인 심 소속변호사


前) 특허청 수습변호사


https://open.kakao.com/o/gIKVvc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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