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부동산 매매계약의 기본 구조와 주요 내용 중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거래종결일 등에 관해 살펴보았다. 이어서 이번 주에는 위 내용 외에
다른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필자의 경험상 의외로 거래의 당사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해제의 사유, 해제되는
경우 손해배상의 액수에 관심이 많았고, 또한 그들은 해당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필자가 의외라고 한 이유는, 첫번째로 그들이 다투고 민감하게 생각하는
내용은 대체적으로 계약서상 굳이 명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반 민법상 법리 및 판례의 태도상 계약의 해제 사유로서 비교적 명확한 내용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번째로 서로 의견 차가 있는 손해배상의 액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해당 내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여부에 대해 서로 팽팽히 맞서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간만 끌리다가, 결국은 나중에 어떻게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입장에 있거나 시한이 촉박한
당사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감정이 상해 결국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와 같은 현상은 단순히 계약 조건에 대한 인식 또는 견해 차에 국한된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닐 수
있고, 계약 조건 외의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당시 거래 협상에만 참석한 필자는, 그 이전 또는 이후에 각 당사자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고, 막전·막후에서 벌어지는 당사자들의 의사 결정 과정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입장이었다. 돌이켜 보면, 어느 당사자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을 보이면서 거래 협상을 질질 끌거나 지난 번 협상에서와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어떠한 특정 계약 조건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거나 신경을 쓰는 경우라기 보다는, 다른
어떠한 사정(매매대금의 조달, 세금 문제, 그 밖의 어떠한 이슈로 거래를 지연시키거나 거래가 성사되지 않아야 하는 사정)에
의해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거래 성사가 이미 결렬된 후, 또는 거래가 성사되고 나서 한참 후에 그러한 속사정들이 필자에게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서야 필자는 당시 그러한 이상한 주장을 하거나 태도를 보이는 당사자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당사자들의 막전·막후 내외부적인 요소가 아닌 단순히 계약 조건의 인식 또는 견해 차에 의해
그러한 거래 비용 발생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법률자문사 뿐만 아니라 거래 당사자들 또한 어떠한 계약 조건의 실질적인 중요성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감을
잡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1.
부동산 매매계약서의 주요 내용
가. 매수인
및 매도인의 거래종결의무
거래종결일에 당사자들이 이행할 의무를 규정해 둔 내용으로서, 일반적으로
(1) 매수인의 매매대금(중도금, 잔금 등) 및 부가가치세 지급 의무, (2) 매도인의 부동산 점유 이전 및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에 필요한 서류 제공 의무, (3) 매매대금 정산 방법(임대차보증금 승계 등 포함), (4) 매도인의 국세완납증명서 및 지방세완납증명서, 부가가치세
세금계산서, 임대차계약서 등 매수인이 승계하는 계약의 계약서 원본, 부동산
관련 매도인 보유 서류(설계도면, 준공서류, 사용승인서, 부동산 관련 정부 인허가 서류, 하자보증서, 장부, 기록, 매뉴얼 등) 제공 의무, (5) 기타
거래종결을 위해 당사자들이 제공하여야 하는 서류(정부 인허가, 내부
승인 절차 등)에 대한 내용 등이 규정된다.
매매대금의 정산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이 실사 등을 통해 확인한 다른 정산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신축 건물을 준공 후 곧바로 매수하는 경우에는 하자 보수 관련 정산 내용을 정해두는 식이다. 거래종결 시점에 통상은 하자의 내용과 보수 비용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일단은 유보금으로 일정 금액을 매수인이 유보해 두었다가, 일정 기간(통상은 3~6개월) 이후 하자 보수 경비 내용이 확정되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다시 정산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매매계약에서 정해 둔 방식에 따라 공과금, 세금 등의 정산도
거래종결일에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한 내용들을 모두 반영하여 별도 정산합의서 형식으로
거래종결일에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 사전에 정산합의서의 양식을 매매계약서 별첨으로 포함시켜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 거래종결
선행조건
법조인이나 대규모 부동산 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다소 생소한 내용일 수 있다. 영문계약서상으로는 ‘Conditions Precedent(CP)’로
표현되며, 흔히 대출이나 투자 약정상 CP 충족이 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많이 논의가 된다.
전형적인 부동산 매매계약 내용상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며, 통상적으로는
당사자들의 진술 및 보장의 내용이 중요한 측면에서 진실하고 정확하다는 점, 당사자들의 거래종결 전까지
이행하여야 하는 계약상 의무가 중요한 측면에서 모두 이행되었다는 점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으로 규정해 두는 정도이다. 특수하게 어느 당사자가 거래종결 전에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거래종결 선행조건 부분에 이를 정해 둘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인허가(지목, 용도
변경 등)가 거래 종결 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해당 내용을 거래종결 선행조건으로 규정해 두는 것이다.
이러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을 규정해 두는 가장 큰 의의는 바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둠에 있다. 바꿔 말하면, 굳이 거래종결 선행조건이라는 항목으로 따로 분류해두지 않더라도, 해당
내용을 계약의 해제 사유로 규정해 두는 방법으로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방식을 택할
것인지는 당사자들의 선호도에 따르며, 해당 계약서의 기본 폼(form)이
되는 계약서의 규정 방식이 원래 그러하였기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거래종결
선행조건 조항을 해제 조항과 별도로 규정해 두는 것이 좀 더 간명하고 계약서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방식이 계약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규정 방식을 택할 수 있으나, 거래종결 선행조건 조항이
별도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제 조항에 다시 중복된 내용을 규정해 두거나 해제 사유에 다른 해제 사유를 덕지덕지 다시 규정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와 같이 규정하게 되면 거래종결 선행조건을 별도로 규정한 취지에 맞지 않게, 오히려 계약서가 난잡해지고 보기에 매우 불편해지며, 심한 경우는
계약서 조항 간의 충돌 및 오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진술 및 보장
진술 및 보장이란, 계약의 당사자가 일정한 사항을 상대방에게 진술하게
하고, 만약 해당 진술이 실제와 다른 경우에는 그에 대해 계약상 보장한대로 책임(계약 해제 또는 해지, 손해배상 등)을
지도록 하는 조항을 의미한다. 영문계약서상으로는 ‘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로 표현된다.
진술 및 보장은 본래 영국과 미국 등 해외 계약서 양식에서 흔히 썼던 내용으로서, 우리나라의 법적인 체계상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나
당사자 일방(특히 매도인)의 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되는
투자 또는 M&A 계약과는 달리, 권리 관계가 등기부, 대장 등 법적 공부에 의해 관리되는 우리나라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그와 같은 진술 및 보장의 개념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술 및 보장의 내용을 읽어 보면, 내용만 복잡하고 실질적으로는 거래당사자들이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내용 또는 민법 등 관련 법령, 판례 등에 따라 충분히 커버 가능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견 당연한 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제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진술 및 보장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도구로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막연히 그 필요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통상 진술 및 보장에 포함되는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가. 매도인의
진술 및 보장
-
매도인의 권한
-
매도인의 상태
-
매도인의 의무 이행 적절성
-
매도인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등
-
매도인 제공 자료의 정확성
-
매매목적물의 경계침범 여부
-
매수인의 위법사항 여부
-
매도인의 부담 여부(허용된 부담 포함)
-
임대차계약 등 점유 권원의 존부(공개된 임대차계약
포함)
-
매도인 체결 계약(주로 매수인에게 승계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의 적법성 및 유효성 여부
-
매도인의 소유권 이전 등에 대한 제한(제3자 동의, 우선매수권 등) 여부
-
건물에 대한 인허가
-
매매목적물의 주요 설비 관련
-
매매목적물에 대한 중대한 부정적 위험 존부
- 매매목적물 관련 세금 완납 여부
나. 매수인의
진술 및 보장
-
매수인의 권한
-
매수인의 상태
-
매수인의 의무 이행 적절성
-
매수인의 위법사항 여부
이상과 같이 지난 주에 이어 부동산 매매계약의 주요 내용의 일부에 관한 살펴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도 위 내용에 이어 부동산 매매계약상 그 밖의 다른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법무법인 심 심교준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졸업
사법연수원 39기 수료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 상법 분야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과정
일본 도쿄 TMI종합법률사무소 인턴십 과정
現) 법무법인 심 파트너 변호사
前) 법무법인 태민 구성원 변호사
前) 법무법인 새강 구성원 변호사
前) 법무법인(유한) 율촌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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