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과 불법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
부동산 관련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문의 중 하나는 절세 방안에 관한 것입니다.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누구나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은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공시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고, 양도소득세 중과세 정책까지 더해져 '절세'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종종 제안받는 '절세 컨설팅' 업무를 의도적으로 거절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자로서 저 역시 세금에 대한 고민이 있고, 세법에 대한 공부도 했으며, 조세 불복 소송 경험도 있지만, 제가 이러한 절세 컨설팅을 꺼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절세와 조세회피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하다
절세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세금 부담을 줄이는 행위입니다. 반면 조세회피나 탈세는 편법이나 불법을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로, 적발 시 가산세는 물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이 경계가 생각보다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세법은 복잡하고 지속적으로 개정되며, '실질과세의 원칙'이라는 포괄적 법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합법처럼 보이는 구조가 실질적으로는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단받을 수 있습니다.
신탁을 통한 종합부동산세 절세 시도가 실패한 사례
최근 법원에서는 부동산 신탁과 위탁자 지위 이전을 통한 종합부동산세 절세 시도에 대해 잇따라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례들은 세법의 형식적 해석에만 의존한 절세 전략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서울고등법원 2022누37976 판결과 광주고등법원 2023누11831 판결에서는 모 변호사가 고안한 '신탁을 통한 종합부동산세 절감방안'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다주택자와 법인이 종합부동산세를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1. 부동산 소유자(원소유자)가 보유 주택을 믿을 만한 사람(수탁자)에게 신탁하고,
2. 원소유자의 '위탁자 지위'를 제3자(새로운 위탁자)에게 이전한 후,
3.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기준으로 위탁자 지위가 이전되었으므로 새로운 위탁자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 방식은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가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등기된 신탁재산의 경우에는 위탁자를 재산세 납세의무자로 본다"는 규정과, 종합부동산세법이 "재산세 납세의무자가 종합부동산세도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점을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방식을 불법적인 조세회피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1. 신탁의 실질을 갖추지 못한 계약: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각 신탁계약상 수탁자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명의를 갖는 것 외에는 어떠한 처분 및 관리 권한도 갖지 못한다"며 이는 "명의신탁 또는 수동신탁으로서 신탁법상 신탁이라고 할 수 없어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2. 조세회피 목적이 명백한 행위: 법원은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신탁계약을 체결한 바로 다음 날 제2위탁자와 위탁자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탁자 지위 이전의 대가는 10만 원에 불과하고... 수탁자는 재산세 과세기준일 직전에 이르러서야 신탁원부 변경등기를 신청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3. 실질과세원칙 적용: 광주고등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지방세기본법 제17조는 그 적용대상을 지방세관계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지방세법이 포함되므로, 지방세법에도 지방세기본법 제17조에서 규정한 실질과세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이 변호사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이 종합부동산세 5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안내하면서, '신탁부동산의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위탁자를 기준으로 부과되고, 신탁등기에는 절차비용이 아주 적게 들며, 신탁계약을 한 뒤 위탁자 지위를 아주 적은 비용으로 이전할 수 있으므로, 신탁 및 위탁자 지위 이전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들의 위탁자 지위 이전은 오로지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위탁자 지위를 실질적으로 양도하는 행위 없이 외관만을 만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납세자들은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종합부동산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가산세까지 더해진 세액과 법률비용, 시간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법 규정을 활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세회피만을 목적으로 한 법률구조가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신탁법상 신탁의 본질(수탁자의 적극적 관리권한)을 무시한 형식적 신탁계약은 그 자체로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입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와 법적 현실 사이의 괴리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상담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극적인 절세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거나 "종합부동산세를 완전히 피할 수 있다"는 식의 솔루션을 원하십니다.
그러나 완전히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절세 방안은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결국 의뢰인의 기대와 법적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이로 인해 때로는 법적으로 위험한 경계선에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는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를 피하고자 절세 컨설팅보다는 제가 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송, 부동산 PF 자문 등의 영역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정한 절세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세금 문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일시적으로 세금을 줄였다 하더라도, 수년 후 세무조사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그 비용과 리스크는 절세 효과를 훨씬 초과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은 은폐하기 어렵고, 소유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세무당국의 조사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세법은 지속적으로 개정되므로, 오늘의 절세 전략이 내일의 법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절세는 단기적인 조세 회피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세무 계획에 있습니다. 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 투자 단계별 세금 시뮬레이션, 그리고 법적으로 안전한 방법을 통해 점진적으로 세금 부담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며
"합법적인 절세는 권리이지만, 불법적인 조세회피는 범죄입니다."
세금을 적게 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법적으로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올바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획기적인 절세 방법'을 제시하는 컨설팅을 접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세금 문제에 대해 전문가와 상담하되, 그 조언이 합법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절세 효과보다 장기적인 법적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것이 진정한 자산 보호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