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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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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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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레버리지의 한계와 가치의 추구 - 변호사가 읽는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

실리콘밸리의 철학자이자 투자자인 나발 라비칸트의 『부와 행복의 원칙』을 읽으며, 변호사로서의 제 직업과 로펌 경영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을 통해 얻은 통찰과, 그것이 제 직업에 주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나발 라비칸트의 핵심 메시지


라비칸트는 부와 행복을 얻기 위한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 레버리지(지렛대): 당신의 노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자본, 인력, 코드(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인 레버리지입니다.

- 특화된 지식: 남들이 쉽게 배우거나 복제할 수 없는, 당신만의 고유한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 스케일업: 한계비용 없이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 포지티브섬 게임: 누군가의 손실로 이익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추구해야 합니다.


2. 변호사업의 근본적 한계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변호사업은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완전한 레버리지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보조인력을 고용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결국 핵심적인 업무는 변호사가 직접 수행해야 합니다. 제가 사건기록과 서면을 검토하지 않고 보조인력에게만 맡긴다면, 그것은 의뢰인에 대한 배신이자 직업윤리 위반입니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러한 검토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감하고 사건 수를 늘리려 하지만, 이는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거는 신뢰의 본질은 바로 그 변호사의 전문성과 판단력에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소송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입니다.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쪽은 반드시 패배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엄청난 정신적 소모를 수반하는 일이며, 사건의 당사자들은 대부분 극도로 예민하고 공격적인 상태에 있습니다.


셋째, 시간당 수입의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해도 하루 24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을 수 없고, 적절한 검토 없이 사건을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난함을 면할 수는 있지만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의 '면기난부(免飢難富)'라는 말이 변호사들 사이에서 회자됩니다.


3. 그럼에도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


나발의 관점에서 보면 변호사는 부와 행복 모두를 얻기 어려운 직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가치들을 보았습니다.


첫째, 의뢰인과의 신뢰관계입니다. 

제 전문성과 판단력을 믿고 사건을 맡긴 의뢰인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완벽한 레버리지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제가 직접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은 제 직업윤리의 근간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수익을 포기하는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믿습니다.


둘째, 동료들과의 성장입니다.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행복과 발전을 도모하는 조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교세라의 경영이념처럼 "물심양면으로 전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고, 인류와 사회의 진보 및 발전에 기여한다"는 원칙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셋째, 사회적 가치입니다.

법률서비스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승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치주의의 실현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4. 새로운 관점의 발견


라비칸트는 "사회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되 아직 얻는 방법을 모르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의 경우 그것은 단순한 법률서비스를 넘어, 의뢰인과 동료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법률서비스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 의뢰인의 진정한 필요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 법적 분쟁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

- 동료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함께 발전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


이러한 접근은 비록 극적인 부의 축적이나 완벽한 레버리지를 보장하지는 못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 추구 자체가 제게는 의미 있는 길이었고, 어쩌면 이것이 라비칸트가 말한 "당신만의 특화된 지식"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5. 마치며


법조인의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완벽한 레버리지도 불가능하고, 제로섬 게임의 속성도 있으며, 때로는 고단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길에서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비칸트의 책은 제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고, 동시에 제가 추구하는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더 나은 변호사, 더 나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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