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이 어떠한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더라도, 계약 체결을 위해 성실하게 교섭하고 합의하도록 하는 등 장차 체결할 계약에 대하여 예비적인 합의를 해 둘 수 있다. 예컨대 장기간의 협상 도중에 그 동안 합의된 사항 및 아직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기록하고 앞으로의 협상 계획을 정하며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상호 성실하게 교섭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실무상으로는 ‘가계약서’,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 ‘계약의향서(Letter of Intent, LOI)’ 등의 여러가지 명칭이 사용되는데, 일반적으로 개인 간의 주택, 오피스텔 등을 거래하는 소규모 거래에서는 ‘가계약(서)’라는 표현을, 일정 이상의 규모가 있는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을 법인, 집합투자기구가 거래하는 경우 ‘양해각서(MOU)’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간 거래에서는 일정한 구속력을 부여하기 위해 가계약금을 수수하는 것 외에 따로 가계약서까지 작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편, 해외의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부동산 매입 의향을 표시하거나, 투자 또는 대출 의향을 표시하는 경우에는 ‘LOI(Letter of Intent)’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 본 칼럼에서는 편의상 양해각서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그 범위도 부동산 거래에 한정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론상 당사자들이 부동산 실사 진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먼저 체결하고 그 이후에 양해각서에 정해진 내용에 따라 부동산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부터 이미 부동산 실사를 위한 자료의 요청 및 자료 제공이 이루어지고 대략적인 실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러한 대략적인 실사 과정에서 발생한 이슈, 당사자들이 그와 관련하여 생각하고 예측하게 되는 변수, 거래 조건과 관련하여 양해각서상에 미리 반영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것이 좀 더 심화되는 경우, 양해각서라는 형태이기는 하지만 매매계약상 중요한 조건이 이미 본계약 체결 전에 합의되는 상황, 일종의 매매예약을 하는 계약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양해각서가 사실상 계약에 준하는 형태까지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양해각서 등 계약상 명칭에 따라 그 법률효과가 바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효과 내지 법적 구속력의 정도는, 조문의 내용 및 제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국 법적 해석을
통하여 판단하게 된다. 본 칼럼에서는 우선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 간단히 살피고, 부동산 거래 양해각서에서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주요 조항의 의미를 설명함으로써 양해각서의 구조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실제 거래가 진행되면 양해각서의 내용 및 조문의 표현 등에 대해 법무법인 등에서 별도의
전문적인 검토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겠으나, 거래 당자자들도 그 기본적인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고 있으면, 협상과 이행에 있어 불필요한 오해와 수고스러움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
양해각서는 장차 특정한 거래를 진행(또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예비적인 합의 내용을 정해 놓은 것이므로, 얼핏 생각하면 “양해각서상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해각서의 내용에 따라 법적 구속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당사자들이 양해각서상 어느 당사자에게 권리를 부여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나아가 그에 관한 어떠한 제재 수단(보증금 몰취, 손해배상 등)을 규정해 두었다고 한다면, 적어도 해당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계약 및 조문의 명칭 등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당사자들의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 실질적인 것이 법적 구속력 여부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다소 애매모호한 법적 구속력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아예 양해각서상에 어느 조항이 법적 구속력이 있다든지, 아니면 어느 조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든지 명시하는 경우도 많다. 통상적으로는 ‘독점적 협상기간’, ‘이행보증금’, ‘기밀유지’, ‘해제 등’ 조항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게 된다. 다만, 설사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특별히 규정해두지 않은 조항이라고 해도, 그 조항의 내용이 당사자들의 권리, 의무를 규정해 둔 것이라면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 구속력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그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특별히 신경써서 어느 특정 조항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도록 하고자 한다면, 명시적으로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시해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양해각서의 주요 내용(1)
가. 매매목적물
장차 체결한 매매계약상 매매목적물을 양해각서에 정해두는데, 해당 내용은 부동산 실사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에 따라 정식 매매계약서를 체결할 때 다소간 변동될 여지가 있다. 보통 부동산 및 이에 대한 부합물과 종물을 매매목적물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으며, 임차인 및/또는 전차인 소유인 시설물, 비품 등 동산은 매매목적물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나. 매매대금
향후 변동의 여지는 있으나 우선은 매매대금을 양해각서상에 정해둔다. 당사자들 간의 매매계약 체결까지 협상 내용을 반영하여 매매대금이 조정될 여지는 있으나, 일응의 기준은 설정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입찰 절차 등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 매매목적물이라고 한다면, 해당 우선협상대상자가 입찰 절차에서 제시한 가격으로 정해질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토지를 제외한 건물의 거래에만 부과되므로 토지 및 건물별 매매대금의 안분이 중요할 수 있다. 세법 및 세무 실무상 안분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관련 내용이 방대하여 본 칼럼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까지는 하지 않기로 한다. 매수인이 기존 건물을 매수한 후 곧바로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여 개발하는 경우, 기존 건물의 가치를 ‘0’으로 하여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전에 세무사 등을 통해 그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본계약에서 확정될 매매대금의 조정 기준을 미리 양해각서에 정해두는 경우가 있다. 그 조정 사유 및 변동 폭이 너무 크게 되면 양해각서상 매매대금을 정해두는 의미가 퇴색되고, 그러한 변동 폭이 크고 변동 사유가 많은 거래에 대한 협상을 당사자들이 지속해 나간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사유를 최소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변동 폭을 제한(예를 들면, 매매대금의 3%를 초과하는 변동은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매매목적물의 법적·사실적 현상 그대로(as-is basis) 매매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대내외적 환경의 변경, 법령 규제 및 정부방침의 변경, 실사 결과, 환경오염, 공부상의 불일치, 기타 법률상·사실상 사유 등으로는 매매대금의 변경 및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정해둔다. 그러한 매매목적물 현황, 관련 법령상 규제 내용 등은 매수인이 스스로 확인하고 검토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 비추어 보더라도, 양해각서의 체결 전 대략적인 부동산 실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양해각서 체결 당시 당사자들이 알지 못하고 예견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태까지 매수인이 그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매매목적물의 구조상 매우 중요한 하자, 매매목적물의 소유, 사용, 수익에 있어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하자 등에 대해서는 매매대금 조정이 가능한 사유(이른바 “중대한 하자”)로 규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조정의 한도를 정해둘 수 있음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물론, 해당 중대한 하자가 매매대금 조정 등으로 커버되지 않는다면, 매매계약 체결 자체가 결렬될 수도 있다.
다. 매매계약상 주요 조건
당사자들이 생각하는 장차 체결될 매매계약상 주요한 조건을 미리 양해각서에 정해 둘 수도 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거래계에서 통용되는 내용을 규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거래종결일 현재 현존하는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의 지위를 매수인이 승계한다거나, 매수인이 승계하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근저당권 등 부담에 상응하는 피담보채무를 매수인이 인수한다든가, 거래종결일까지의 임대 수익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거나, 매매목적물에 부과되는 세금, 부담금, 공과금 등을 매도인과 매수인이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매매목적물의 관리와 관련하여 체결된 각종 계약을 매수인이 승계할 것인지 등에 관한 사항이다.
이는 보통 본계약에서 구체적으로 다시 규정하고 협상 과정에서 일정 부분은 변동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미리 양해각서상에 자세히 규정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원만한 협상 진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당사자가 어떠한 특정 조건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려하는 내용이 있다면, 이를 양해각서상에 명시함으로써 향후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 당사자로 하여금 그에 대한 협의와 조정의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이로써 전체적인 본계약 조건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느 당사자가 양해각서상의 유리한 점을 전부 또는 일부 양보함으로써 상대방 당사자로부터 반대로 어떠한 유리한 점을 가지고 오는 방식 등이다. 때문에 본계약상 주요 조건에 대해서는 양해각서상 섣불리 합의하는 것보다는 추후 매매계약에서 정하는 것으로 유보하는 것이 협상의 유연함 측면에서 권장된다.
라. 독점적 협상기간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부여된 독점적 협상기간을 정해둔다. 아주 급박한 거래이거나 고려할 사항이 많은 거래가 아니라면, 통상 7~8주 정도의 기간을 정해두는 경우가 많고, 어느 한 당사자의 요청으로 1~2차에 걸쳐 2~4주의 연장 기간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당사자들이 별도의 합의로 독점적 협상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 실무상 특정 이슈의 발생으로 인해 부득이 독점적 협상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또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금까지 거래를 위해 들인 비용이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독점적 협상기간 연장에 보통은 응하는 편이다. 그러나 인기가 많은 매물일수록 매도인이 독점적 협상기간의 준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매수인은 실사, 거래 협상 등에 신속히 응하고 때에 따라서는 매도인 측을 독촉하는 액션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
독점적 협상기간 동안에 매도인은 제3자와 매매목적물 거래 관련 협상, 제3자로부터 매수 의향 수락은 물론이고, 매매목적물 거래와 관련한 일체의 접촉도 제3자와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다만, 매도인이 제3자로부터 매매와 관련된 제안을 일방적으로 받는 것 자체는 매도인 입장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므로, 이는 허용하되 그러한 제안을 받은 사실을 매수인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상과 같이 양해각서의 법적 구속력과 부동산 거래에 있어 통상 정해두는 양해각서 주요 내용 중 일부에 관해 살펴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위 내용 외에 양해각서상 일반적으로 정해두는 그 밖의 다른 사항에 관한 사항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법무법인 심 심교준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졸업
사법연수원 39기 수료
일본 도쿄 와세다대학교 상법 분야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과정
일본 도쿄 TMI종합법률사무소 인턴십 과정
現) 법무법인 심 파트너 변호사
前) 법무법인 태민 구성원 변호사
前) 법무법인 새강 구성원 변호사
前) 법무법인(유한) 율촌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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