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요구권 제도의 도입 이후,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과 이후 매도 행위의 적법성이 실무상 중요한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후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지 여부와 그 요건에 대해 하급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갱신거절의 법적 근거와 정당성 판단 기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면서도 임대인의 실거주 필요성을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성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과 임대인의 주거권이라는 기본권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양자의 조화로운 해결을 도모한 것입니다.
주요 하급심 판결의 구체적 분석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21193 판결의 사안과 판단
이 사건에서 임대인은 2018년 9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2020년 8월 실거주 예정임을 알리며 갱신을 거절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대인은 2020년 7월경 임차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할 예정임을 알렸고, 임차인은 2020년 8월 28일경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임대인은 2020년 9월 2일 임차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 거주하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며 갱신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퇴거를 요청하였으며, 2020년 11월 26일 이 사건 아파트에 전입신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은 불과 몇 달 후인 2020년 12월 28일 제3자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하였고, 2021년 3월 31일 해당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일련의 사실관계를 검토하면서, 임대인이 실제 거주할 의사 없이 갱신거절을 한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갱신거절 후 실제 거주를 위한 특별한 준비행위 없이 단기간 내에 매도가 이루어진 점을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았습니다.
수원지방법원 2022나58667 판결의 사안과 판단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보다 복잡합니다. 임대인은 2014년 11월 14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수차례의 갱신을 거쳐 2018년 10월 20일 임대차보증금의 변동 없이 임대차기간을 2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후 2020년 10월경 임대인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였고, 임대인은 이 사건 주택에 실제 거주하기 위해 갱신을 거절하였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임대인이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 15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이 사건 주택에 대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021년 7월 23일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주택을 제3자에게 9억 1,600만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임대인이 갱신거절 후 실제 거주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행위를 한 점, 매도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점 등을 고려하여 갱신거절 당시의 실거주 의사를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경제적 사정의 변경으로 인한 매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앞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과 차이를 보입니다.
판결의 구체적 비교 분석
두 판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갱신거절 후 매도까지의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안의 임대인은 갱신거절 후 약 4개월 만에 매도를 완료하였고, 그 사이 실거주를 위한 특별한 준비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수원지방법원 사안의 임대인은 갱신거절 후 실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였고, 매도까지 약 9개월의 기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또한 매도의 동기와 관련하여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안에서는 갱신거절 당시부터 매도 의도가 있었다고 추정할 만한 정황이 있었던 반면, 수원지방법원 사안에서는 경제적 사정변경이라는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화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즉, 갱신거절 당시의 실거주 의사는 단순한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인테리어 공사와 같은 객관적인 준비행위를 통해 입증되어야 하며, 이후의 매도가 불가피한 사정변경에 의한 것인지 여부도 중요한 고려요소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3다269139 판결의 의의와 영향
이러한 하급심 판결들의 해석 기준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3다269139 판결을 통해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이 판결은 매수인의 실거주 의사만으로는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였으나, 잔금 지급일 직전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사안이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매도인의 현실인도의무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정변경이 생겼다고 보아, 매수인의 잔금 지급의무 이행거절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의 법리 구성
실거주 목적의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책임은 두 가지 법적 근거에 기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근거한 법정손해배상책임과 민법 제750조에 근거한 불법행위책임이 그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 위반을 이유로 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 신규 임차 주택의 중개수수료 2,060,000원, 이사비용 1,960,000원, 임대차보증금 차액 등 실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명하였습니다. 특히 법원은 임대차보증금 차액 손해의 경우, 신규 임차 주택의 보증금과 기존 임대차보증금의 차액을 기준으로 산정하였습니다.
반면 수원지방법원은 경제적 사정변경에 따른 매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 자체를 부정하였습니다. 이는 실거주 의사로 갱신거절을 한 후 예상치 못한 사정변경으로 매도가 불가피해진 경우, 임대인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되고 있습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상의 판례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실무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갱신거절 당시의 실거주 의사는 반드시 객관적인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실거주하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는 부족하며, 인테리어 공사의 진행이나 이사 준비와 같은 구체적인 준비행위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둘째, 갱신거절 후 매도까지의 시간적 간격과 그 사이의 정황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됩니다. 갱신거절 직후의 매도는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나,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의 매도는 사정변경에 따른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경제적 사정변경 등 매도의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변경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향후 전망
향후에도 임차인의 주거안정성 보장이라는 입법 취지와 임대인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보다 정치한 판단 기준이 발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의 대법원 판결은 매수인의 권리관계와 관련하여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향후 유사 사안의 해결에 있어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갱신거절 단계에서부터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충실히 확보하고, 예기치 못한 사정변경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문서화 작업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심 심준섭 대표변호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 석사 졸업
서울변호사협회 건설부동산 연수 수료
現) 법무법인 심 대표변호사
前) 법무법인(유한) 바른 소속변호사
前) 법무법인 퍼스트 소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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