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심 심준섭 대표변호사(변호사 심포도)입니다.
딜아고라 독서모임 제3회에서는 박대순 대표가 23년간의 부동산 개발 경험을 담은 저서 "디벨로퍼 프로젝트 인사이트"에 대한 저자 직강과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시행 프로젝트와 협업 과정에서 얻은 실질적인 인사이트가 공유되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소싱, 상가 활성화 전략, 위기 대응 방안 등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 지식이 많이 논의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핵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아래에서 소개되는 박대순 대표님의 강의가 오픈되면 본 포스팅에 링크를 첨부할 예정).
디벨로퍼의 정체성과 야생에서의 생존 전략
박대순 대표는 자신의 경력을 '사파리'에서 '야생'으로의 여정으로 표현했습니다. 2000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마케팅사 PM, LM, 자산운용 등의 경험을 쌓은 후, 2018년 7월 독립하여 개인 사업자로서 디벨롭파트너스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경험한 성공과 실패, 그리고 인사이트를 '디벨로퍼 프로젝트 인사이트'라는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디벨로퍼의 핵심 역할은 '꿈과 희망을 판다'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디벨로퍼의 일입니다. 박대순 대표는 디벨로퍼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하며, 폰 카라얀처럼 자신의 비전을 연주자들에게 전달하는 지휘자의 모습이 디벨로퍼와 유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화롭게 이끌며 프로젝트의 소싱부터 클로징까지 계속해서 많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장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야생에서의 생존 전략으로는 다양한 수익원 확보가 중요합니다. 프로젝트 소싱만을 목표로 하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자문, 컨설팅, PM, 보고서 작업 등 다양한 일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2020년 자신의 생존 전략을 설명하며 "낚싯대를 여러 개 늘어놓고 앉아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디벨로퍼 업무 외에도 글쓰기, 블로그, 출판, N잡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목표는 항상 프로젝트 소싱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토지 개발 전략의 변화와 동향
최근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는 토지 개발 전략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토지 지주가 한 명이거나 형제 정도로 단순했지만, 지금은 여러러 기업들이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처음부터 땅을 만들어가는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의 전 과정을 통제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입니다.
박대순 대표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자연녹지 개발 프로젝트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약 9,600㎡(약 2,900평) 규모의 토지에 대한 개발 전략으로 현 상태(자연녹지) 매각, 건축행위허가를 통한 '대지' 변경 후 매각, 그리고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2종 일반주거지역 개발 등의 옵션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특히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자연녹지를 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토지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을 수치로 제시했습니다. 단계별 가치 상승을 보여주며 자연녹지 상태에서의 매각가(약 70억원)에서 지구단위계획 완료 후 공동주택 분양 시(약 884억원) 사업이익이 약 25억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또한 지주 공동 사업으로 제안하여 지주에게 어닝 개런티(수익 보장)를 더 주겠다고 설득하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토지주와 디벨로퍼가 협업하는 모델로, 서로에게 안정적인 구조를 제공합니다. 토지주는 빠른 현금화 대신 개발 이익을 공유받고, 디벨로퍼는 초기 토지 매입 부담을 줄이면서 에쿼티(자기자본)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상가 활성화 전략과 상권 트렌드
대전 주상복합 사례를 통해 상가 활성화 전략이 상세히 논의되었습니다. 박대순 대표는 대전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49층 규모의 힐스에비뉴 대전 더 스카이 주상복합 내 상업시설(약 530평 규모)에 대한 LM(임대관리)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그의 전략은 단순한 임대 유치가 아닌 앵커 테넌트를 중심으로 한 '동시 그랜드 오픈' 전략이었습니다. A급 테넌트(대전 최초의 유명 레스토랑, 버거 브랜드, 카페 등)와 근린생활 테넌트(약국, 편의점, 미용실 등)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임차인 유치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는 TI(Tenant Improvement, 테넌트 인테리어 지원금) 지급이 제시되었습니다. 앵커 테넌트 유치를 위해 평당 230만원에서 350만원의 TI를 지급하고, 그 대신 임대료는 평당 10만원에서 18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임차인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 입점을 유도하는 방식인데, 단순히 TI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기간(5년) 내 퇴점 시 잔여 기간에 대한 TI 반환 조항, 최소 인원 배치 의무 등을 통해 임차인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박대순 대표는 이 전략을 통해 13억원(TI + LM Fee)의 투자로 22개월 회수 기간 내에 상가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상가 시장의 전반적인 트렌드로는 수요 감소와 공실률 증가가 지적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상가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2층 상가는 선호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건설사들은 상가의 일부를 직영하고 나머지를 분양하는 혼합형 전략을 취하는 등 상가 운영 전략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분양 후 임대 관리를 통합하여 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가 분양이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애프터 리빙(After Living)' 전략이 언급되었습니다. 이는 상가를 선분양하지 않고, 일정 기간 영업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잔금 유예를 통해 임차인의 초기 부담을 줄이고, 영업이 안정화된 후 할인된 가격에 분양하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장부가는 유지하면서도 상가 활성화와 매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금융의 현실과 대응 전략
박대순 대표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겪은 금융 관련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종로 프로젝트에서는 에쿼티가 '빵'(0)인 상황을 경험했는데, 이는 저축은행이 운영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하도록 하는 '꺾기' 방식이 적용된 사례였습니다. 이런 방식은 결국 수익률이 13~15%를 밑돌게 만들어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상가 부문에서의 금융 현실도 논의되었습니다. 건설사들이 상가를 할인 매각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장부가 유지를 통한 기업 가치 보전입니다. 그러나 공실 상태로는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임차인을 확보한 후 매각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이 있으면 대출이 더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박대순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담보대출 관련 공문을 예로 들며,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실질적인 자금 흐름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앵커 테넌트 유치와 TI 투자를 통해 평당 임대료가 77천원에서 113천원으로 상승할 경우, 5% 캡레이트 적용 시 매각가가 104억에서 134억으로 상승하는 구체적인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벨로퍼나 PM사의 역할은 건설사가 TI 투자를 통해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특히 담당자가 조직 내에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근거 자료를 제공하고 백업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임차 유치 후 투자자 연계를 통한 매각 전략이 단순 할인 매각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되었습니다.
디벨로퍼의 네트워킹과 협업의 중요성
야생에서의 생존을 위해 네트워킹과 협업의 중요성이 여러 차례 강조되었습니다. 박대순 대표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금융, 간평(감정평가),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의 협업이 프로젝트 성공에 필수적이라는 점이 논의되었습니다.
실제로 오목천동 프로젝트에서도 설계사무소와의 협업을 통해 단지 배치도와 설계 기초를 마련하고, 금융 자문을 통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등의 사례가 공유되었습니다. 또한 대전 힐스에비뉴 더 스카이 상가 활성화 프로젝트에서는 (주)건축사사무소 아키드, 롯데 수지원 전 점장과의 협업을 통해 테넌트 유치 전략을 마련하는 등 전문가 네트워킹의 효과가 강조되었습니다.
'진정성을 가진 개발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박대순 대표는 부동산과 관련된 개발, 시행대행, 자산관리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파트너십을 가지고 컨설팅을 진행해주는 것이 디벨로퍼의 핵심 역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의 PPT 자료에는 일산 호수공원 가로수길, 평택 가로수길 센트럴돔, 시흥 센트럴돔 그랑트리, 경기 시흥 신천동 주상복합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 경험이 소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쌓은 네트워크가 현재의 사업 기반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딜아고라와 같은 커뮤니티 활동도 네트워킹의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었습니다. 박대순 대표는 "야생에서 제가 가는 길은 하나인데,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며 다양한 채널을 통한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카페 "디벨로퍼로 가는 길", 블로그, 그리고 딜아고라와 같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디벨로퍼로서의 '감'을 유지하려고 노력중임을 설명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과 기회 포착
부동산 개발 시장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최근 강남 일대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등의 계약 취소 소송에 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참석자들은 계약 취소 소송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실제로 승소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심준섭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분양 계약은 '동시 이행 항변 포기 특약'으로 보기 때문에, 시행사가 반소를 통해 잔금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력이 있는 시행사는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 논의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는 있습니다. 박대순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할 건 하고, 그러고 나서 기회가 되면 기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에서 25가지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각각의 상황에서 배운 교훈과 실패 사례를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기록이 없었다면 인사이트도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토지 개발, 상가 활성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찾아 도전하는 태도와 함께,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오목천동 프로젝트 분석에서는 자연녹지 상태에서의 매각, 건축행위허가 개발, 지구단위계획 개발 등 각 옵션별 리스크와 수익성을 철저히 분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마치며
제3회 딜아고라 독서모임에서는 디벨로퍼로서의 정체성, 토지 개발 전략, 상가 활성화 방안, 부동산 금융 현실, 네트워킹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습니다. 특히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과 인사이트가 공유되어 부동산 개발 업계 종사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박대순 대표의 경험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디벨로퍼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어떤 난관이 있거나 어떤 상황이 돼도 항상 피드백이 열려 있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주변에 있는 관계인한테 꿈과 희망을 판다"는 것이 디벨로퍼의 본질입니다. "디벨로퍼는 지속적인 적응과 개선의 과정을 거쳐 능숙하게 많은 수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계속해서 변해가는 비전을 판매하는 지휘자"라는 그의 정의는 오늘날 부동산 시장에서 디벨로퍼의 역할을 잘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공유된 인사이트가 각자의 프로젝트에 적용되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