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3xli-ztzIA?si=dtuGJVRrmIXUgGFp&t=1619
지난 4월 25일 KBS '추적60분'에서는 "나의 변호사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일부 변호사들의 비윤리적 행태와 네트워크 로펌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법률 서비스 시장의 민낯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변호사를 믿고 있는데 변호사마저 믿을 수 없다면 누굴 믿겠습니까?"라는 한 피해자의 절규에 공감했을 것입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해당 영상에서 '김앤장도 똑같다', '서울에 본사 있고 우리 동네에 지점 있는 곳 가니까 사건을 잘 해결해줬다' 등 네트워크 로펌의 바이럴로 추정되는 댓글이 상위 댓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네트워크 로펌의 마케팅 역량이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간판에 속지 마세요: '네트워크 로펌'의 실체
'네트워크 로펌'이란 무엇일까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 각지에 분사무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법무법인의 형태를 말합니다. 이들은 거리마다 화려한 광고판을 내걸고, 인터넷 검색창에서는 가장 상단에 노출되며, 전관(前官) 출신 변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신뢰를 얻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드러난 이들의 영업 방식은 충격적입니다.
첫째, 분업화된 업무처리로 책임소재가 불분명합니다. 상담은 상담 전담 변호사가, 소송 서류는 서면 담당 변호사가, 법정 출석은 출정 담당 변호사가 맡는 식입니다. 의뢰인은 자신의 사건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상담 전담 변호사가 사건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승소 가능성을 과장하고, 실제로는 이길 수 없는 사건도 "100% 이길 수 있다"며 의뢰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심어주기도 합니다. 이후 사건이 다른 변호사에게 넘어가면, 상담 당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승소 가능성이 낮은 사건도 적극적으로 수임합니다. "이길 수 없는 사건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며 의뢰인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 되었습니다. 옳지 않은 무죄 주장을 권유하여 더 많은 수임료를 받기도 합니다.
셋째, 전관 변호사를 내세우는 마케팅입니다. "전관 출신 변호사 세 명을 선임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의뢰인이 그들을 만나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것처럼 과장광고를 하지만, 각 분사무소(일명 '지점')의 업무 수행은 해당 사무실에 있는 변호사의 역량에 그대로 좌우됩니다.
변호사 과잉공급: 35,000명 시대의 그림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변호사 과잉공급입니다.
2009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매년 1,7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100년 동안 만 명이었던 변호사 수가 이제는 4만 명에 육박합니다. 한 변호사는 "변호사 업계는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며 "한 달에 평균 0.9건 이하를 수임하는데, 한 명은 몇십 건을 수임하고 많은 분들은 한 건도 수임하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08년 약 7건에서 2021년 약 1건으로 급감했으며, 한 달 동안 한 건도 수임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이 발표한 '2014년~2022년 귀속 전문직 종사자 업종별 사업소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변호사의 평균 소득은 7,000만 원, 중위소득은 3,000만 원으로 의사의 1/9에 불과하였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결원보충제 폐지, 로스쿨 인원 축소 등을 통해 변호사 공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 변호사들은 생존을 위해 경쟁적으로 네트워크 로펌에 합류하거나, 윤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영업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이러한 현실을 우려하며 "현재 변호사 배출 문제도 과거제도가 '배경경쟁'으로 타락하면서 국정이 쇠퇴하였던 시대적 변화와 유사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과거시험 합격자 수가 수백 명 정도로 제한되어 그 자체로 일정 이상 지위가 보장되었기 때문에 집안과 학력, 지연 등의 배경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점점 합격자 수가 늘어나자, 단순히 시험에 합격한 것만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지위를 얻기 어렵게 되었고, 집안과 학벌, 지연 등의 배경이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변호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판검사 중심 사법제도의 한계
두 번째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의 '판검사 중심 사법제도'입니다.
방송에서 언급된 김기원 회장의 칼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어진 '판검사 중심 사법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에서는 변호사와 의뢰인인 국민에게 주어지는 권한이 제한적입니다. 판사와 검사에게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전관'(과거 판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생겨납니다.
이러한 구조는 '전관예우'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양산합니다. 의뢰인들은 전관 변호사를 고용하면 사건이 유리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되고, 일부 전관 변호사들은 이를 악용해 고액의 수임료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허상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전관이 사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은 제한적이며, 진정한 법률 전문성과 열정은 전관 여부와 무관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소액 분쟁을 다투기 어렵습니다. 인정되는 배상액과 변호사 보수가 모두 낮아서 작은 사건은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공정하게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구조가 의뢰인에게 피해를 주는 변호사 행태의 토양이 됩니다.
의뢰인을 위한 조언: 현명한 변호사 선택법
이런 현실에서 법률 소비자는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1. 간판과 광고에 현혹되지 마세요. 화려한 광고와 전관 출신 변호사 이름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전관'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선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2. 계약서와 영수증을 꼭 받으세요. 수임 계약 시 계약서를 받고, 수임료 지급 후에는 반드시 영수증을 요구하세요. 이는 추후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3. 여러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한 변호사가 "100% 이긴다"고 말한다면 의심해 보세요.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확실한 사건이라면 대부분의 변호사가 비슷한 의견을 제시할 것입니다.
4. 실제 사건을 담당할 변호사를 직접 만나세요. 네트워크 로펌의 경우, 상담 변호사와 실제 사건을 맡을 변호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 담당 변호사를 만나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변호사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세요. 사건의 주인은 의뢰인이지만,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존중하며 필요한 정보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법률 절차는 단순히 계약서에 사인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의뢰인과 변호사가 '2인 3각 경기'처럼 함께 발을 맞추며 협력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변화의 필요성: 국민 중심의 사법제도로
방송에서 제시된 해결책 중 하나는 '국민 중심의 사법제도'로의 전환입니다. 미국식 사법제도에서는 소액 분쟁에서도 합리적인 배상액과 변호사 보수가 인정되어, 작은 사건도 공정하게 다뤄질 수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 공급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우리 변호사들이 배고프다"는 논리로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 수의 무제한적 증가는 전문직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와 윤리의식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전문직 서비스 시장은 일반 상품 시장과 달리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큽니다. 의뢰인은 변호사의 전문성과 서비스 품질을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과거에는 변호사의 수를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일정한 경제적 지대를 보장해주었습니다. 이는 변호사들이 생계 문제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않고 고도의 윤리의식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공급을 더 이상 통제하지 않는 수준에 이르면서 경제적 지대가 사라지고, 부정부패, 출신성분, 특정 집단의 권력/이권 독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법률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본질적인 사명'을 되찾는 것입니다. 법률 서비스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돕고 정의를 실현하는 공익적 성격을 가진 직업입니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관계도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아닌, 상호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동반자적 관계여야 합니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이자, 약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 일선에 서 있는 변호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개인적 윤리의식 회복이 절실합니다. 약자를 위한 법률 대리인이 또 다른 약자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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